체포동의안에 대한 이석기 의원 신상발언
- 2013년 9월 4일 15:00
- 제320회 국회(정기회) 제2차 본회의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존경하는 강창희 국회의장님,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통합진보당 이석기입니다.얼마나 놀라셨습니까. 저 역시 참담한 심정입니다.
지난 8월 28일부터 꼬박 일주일 동안, 국가정보원은 저에게 ‘내란음모’라는 무시무시한 혐의를 씌워놓고, 보수언론을 총동원하여 중세기적인 마녀사냥을 벌였습니다. 저에 대한 혐의 입증 여부와 무관하게,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처리라는 비이성적 야만이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수사관 100여명을 투입하여 꼬박 3일간에 걸쳐 제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내란음모’를 입증할 증거 한 조각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제 보좌관에 대해 국정원-경찰 합동 압수수색에서 찾아낸 증거물이 고작 티셔츠 한 장이었습니다.
카톨릭의 ‘절두산 성지’라고 한 저의 말이, 소위 ‘국정원 녹취록’에서 ‘결전성지’로 둔갑하였습니다. 청중들의 발표를 듣고, “총 구하러 다니지 마시라, 칼 가지고 다니지 마시라”는 당부의 말이 총기 지시로 왜곡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국정원이 뒤집어씌운 ‘내란음모’의 실체적 진실입니다. 애초부터 목적은 내란음모 수사가 아니었습니다. 단 하나의 증거도 없는 혐의 조작과 여론재판, 이것이 21세기 대명천지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현실이 놀랍고도 충격적입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이번 저에 대한 내란음모죄 수사를 유신 시대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탄압과 비교해 보도했습니다. “국정원이, 대선 연루 사건으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마녀사냥에 기대고 있다. 박정희 정권 시절, 반체제 인사들이 비슷한 종류의 혐의로 재판도 없이 고문당하고 때론 처형당했다”며 폭로하고 비판했습니다.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국회 등원 이후 초선 의원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중상 모함과 정치적 박해를 받아왔습니다. 부정경선의 장본인인 것처럼 매도되어, 검찰의 먼지털이 수사와 보수언론의 집중포화로 여론재판의 도마에 올라야 하였습니다. 결국 무혐의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와서 국정원은 저에게 내란음모라는 어마어마한 올가미를 씌우고 있습니다. 독재정권이 정치적 반대자를 제거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짓밟기 위해 휘둘렀던 ‘내란음모’의 흉기가 2013년 오늘, 저와 진보당의 목을 겨누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대 독재정권이 조작했던 내란음모 사건들은 단 한 건의 예외도 없이 모두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불과 몇 달만 지나면 무죄판결로 끝나고 말, 저에 대한 내란음모 조작에 국회가 동조하는 것은, 역사에 두고두고 씻을 수 없는 과오로 기록될 것입니다.
“민족의 미래는 자주에 달렸다.” 이것은 정치인으로서 확고한 저의 소신입니다. 잠시 동안 저를 가둘 수는 있지만, 자주와 평화로 나아가는 우리 민족의 발걸음은 결코 멈춰 세울 수 없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오늘 저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단지, 제 개인에 대한 박해가 결코 아닙니다. 이 나라 정당정치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체포동의안이며, 진보정치에 대한 체포동의안입니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반민주 반역사적인 동의안입니다.
이 자리에서 처리되어야 할 것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국기문란사건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지, 저에 대한 야만적인 사상검증이 아닙니다.
민주와 통일의 길에 일생을 바친 저와 진보당 당원들은 모두 무죄입니다. ‘내란음모’를 날조하는 국정원이야말로 역사의 범죄자들입니다. 저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꼭 부결시켜주십시오. 그리하여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정의가 숨 쉬고 있음을 당당하게 밝혀 주시길 바랍니다. 오욕의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용기 있게 나서 주시길 간절히 요청 드립니다.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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