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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전문] 대정부질문 "4자회담으로 종전선언, 평화체제 이끌어내야"

정치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 (2013.4.25)

 

 

 "4자회담으로 종전선언, 평화체제 이끌어내야"


 


1. 모두 발언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존경하는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이석기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입니다. 한반도에 드리워진 전쟁의 검은 그림자가 우리 민족의 운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누구도 사상 초유의 난국을 해결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한반도는 격돌의 길로 치닫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전례 없는 위기를 우리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당리당략을 넘어 민족적 지혜를 모아 간다면, 지금의 위기는 오히려 민족 화해와 통일의 새로운 전망을 만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리라 믿습니다.

 

박근혜 정부에도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위기를 함께 헤쳐 나갑시다. 상호 존중과 신뢰, 대담한 발상의 전환으로 한국 정부가 평화와 번영의 해법을 만드는 데 앞장서 주시길 바랍니다.

 

공존과 공영으로 민족사의 대전환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질의를 시작하겠습니다.

 


2. 컨트롤 타워

 

총리,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저는 박근혜 대통령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남과 북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반도의 위기 상황을 해소하고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앞당긴 대통령으로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12일 총리의 기자간담회 발언 때문에 논란이 있지 않았습니까? 당시 발언의 의도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하셨지만, 적절한 처사는 아니었습니다. 총리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인식이 좀 부족하신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됩니다.

 

총리께 묻습니다. 총리께서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핵심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비핵화를 남북관계 개선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지 않고 있다는 점, 6.15,10.4 공동선언을 비롯한 남북 간의 모든 합의에 대해 성실한 이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이명박 정부와 다르다고 보는데 총리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남북관계에 대한 철학과 비전도 없이 극단적 대결만을 고집했던 이명박 정부 정책과 신뢰프로세스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당국자들의 잇따른 강경발언과 엇박자를 보면, 신뢰프로세스가 과연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총리께 묻겠습니다. “전쟁 불사하고 선제타격 하겠다”(정승조 합참의장), “적의 숨통을 끊을 수 있도록 준비하라, 지휘세력까지 타격하라, 개성공단 인질 억류시 군사조치 하겠다.”(김관진 국방부장관). 지금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군 수뇌부가 이런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게 신뢰프로세스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십니까?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십니까?

 

저는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보는 말로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그 결과가 무엇입니까. 긴장은 더욱 격화되고,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습니다. 온갖 곡절에도 유지되던 신뢰와 평화의 상징, 개성공단마저 문을 닫았습니다. 극단적 발언을 되풀이 해 남북관계를 더 악화시키고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 김관진 국방부장관, 이전 정부에서 재임명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이명박 정부 시절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과연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 비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대단히 의심스럽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따라 외교안보와 통일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대단히 걱정됩니다.

 

대통령의 신중한 발언에 비해, 일부 당국자들의 언행은 대단히 경솔하고 부적절했습니다.

 

이 점, 총리께서도 유념하시고 우리 정부가 신뢰프로세스에 따라 외교안보와 통일정책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도록, 더 이상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와 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국무위원을 잘 통할해 주십시오.

 

 

3. 핵은 남과 북을 가리지 않는다

 

다음은 한반도의 핵 문제에 대해 질의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단호함의 표현이라고 이해합니다.

 

총리에게 묻겠습니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북한 일대에 핵무기를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북한의 핵무기가 한반도에서 사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미국의 핵무기도 한반도에서 사용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 B-52 폭격기와 B-2 스텔스 폭격기, F-22 전투기가 한반도에 전개돼 폭탄 투하 훈련을 했습니다. 모두 가공할 규모의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지난 3월 한반도 상공을 날아다닌 것은 다름 아닌 핵무기 사용이 가능하다는 무력시위를 한 것입니다.

 

핵 억제력과 핵우산의 대결이 한반도의 안전을 보증해 주지 않습니다. 수많은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핵무기가 한반도를 초토화시킬 뿐입니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부라면, 진정으로 남북의 신뢰를 바탕으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게 목표인 정부라면, 한반도에서 핵을 핵으로 억제하는 방식은 안 됩니다.

핵은 남과 북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총리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4. 유엔에 기대지 말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한다

 

다음, 북한 핵과 한반도 위기 문제 해법에 대해 총리께 또 묻겠습니다.

 

외교부는 한국이 유엔 안보리 이사국으로 진출한 후 큰 성과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꼽고 있습니다. 이런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른바 북핵미사일과 관련한 유엔안보리 제재가 총 몇 건 있었는지 아십니까?

 

4건의 제재가 있었지만 그 성과는 단 한 번도 거둬본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재 이후에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는 것이 역사적 평가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제 더 이상 제재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합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는 지난 2월에 있은 안보리 제재 결의야 말로 부적절한 시기에 어리석은 결정이었으며, 이를 한국 정부가 주도한 것도 부적절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총리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엔에 기댄 제재는 효과도 없고 위기와 갈등만 심화시킬 뿐입니다. 이제야말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우리 민족의 문제, 한반도 평화의 문제를 유엔이나 국제사회가 아닌 우리 정부의 주도로 해결해 나간다는 관점을 확고히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이 앞장 선 적이 없습니다. 941차 북핵 위기 때는 북미 간의 협상을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20022차 북핵 위기 때 미국과 중국이 나서 6자회담을 했지만, 역시 이때도 우리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국제사회가 우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유엔은 강대국과 자국의 이익을 위한 각축장이라는 것이 냉엄한 외교 현실입니다.

 

이제 우리 목소리를 내야 할 때입니다. 우리 정부가 직접 나서 북한과 대화도 하고, 담판도 짓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 국제사회는 우리를 믿고 기다려 달라, 이렇게 해야 합니다.

 

총리, 더 이상 우리 민족의 운명을 남에 기댈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대한민국이 주도성을 발휘해 책임 있는 역할을 당당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5. “4자회담으로 종전선언과 평화체제를 이끌어 내자

 

지난 1, 척 헤이글 미국 국방부장관이 자신의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을 실질적인 핵 파워로 규정했습니다. 북한 핵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객관적 사실을 어떻게 다룰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설사 불편하고 인정하기 싫은 진실일지라도, 냉정한 이성의 눈으로 현실과 마주해야 합니다.

 

북한의 핵 보유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기존의 해법은 실패했다고 봐야 합니다.

6자회담이나 9.19 공동성명이란 틀은 이제 더 이상 작동할 수 없습니다. 이를 인정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기존의 해법은 실패했지만, 남과 북이 맺은 7.4 남북공동성명, 6.15 공동선언, 10.4 공동선언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특히 10.4 공동선언의 제4항에서 새로운 대안을 위한 지혜를 구할 수 있습니다.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저는 오늘 남과 북이 합의한 이 조항에서 새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서, “중의 4자회담을 제안합니다.

 

한반도 당사국 중, 한국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쉽사리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미국과 북한 사이의 접점이 없고, 중국도 제 역할을 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이럴 때 한국이 먼저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프로세스에서 강조한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이룬다면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먼저 4자 간의 회담을 제안하고, 종전선언을 추진합시다. 60년째 이어진 기형적인 휴전, 정전 상태를 마감합시다. 반복되는 대결과 위기의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 버립시다. 이는 곧 한반도의 핵 문제와 평화 체제 구축과 같은 중요한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획기적인 동력이 될 것입니다.

 

비핵화가 먼저냐, 평화체제 수립이 먼저냐 하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공허한 논쟁으로 시간만 끌며 갈등과 대립을 반복하는 일,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전쟁이냐 평화냐’, ‘대결이냐 대화냐의 갈림길에서 대화로 평화의 길로 나아갑시다. 한국이 선도적으로 4자회담을 이끌어 내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화의 틀을 만들고, 많은 현안을 하나하나 풀어 갑시다.

 

오는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이 같은 해법을 논의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촉구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프로세스에 이어 4자회담에서 종전선언의 길로 나아간다면, 우리 진보당은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입니다. 국민들 또한 뜨거운 박수를 보낼 것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한반도의 전쟁 위기는 역설적으로 민족사의 대전환기라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 놓았습니다. 민족의 힘을 모아 이 첨예한 긴장과 대립의 시대, 2013727, 정전 60년을 한반도의 종전을 선언하는 역사적인 해로 만들어 갑시다. 민족의 공존과 번영의 한반도를 우리 힘으로 만들어 갑시다.

 

경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