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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전문] 신상발언 "자격심사는 입법부의 정치적 살인"

 

 

 

이석기 의원 신상발언 전문 (2013.3.22)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존경하는 국회의장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통합진보당 의원 이석기입니다.

 

한반도 하늘위에 B-52전폭기가 뜨고 6.25 이래 전쟁의 위협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져 있습니다. 박근혜정부와 정치권 모두가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안전을 책임 있게 논의해야 할 역사적 기로입니다. 그러나 양당의 원내대표는 민족이 처한 엄중한 현실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진보당 의원 죽이기 위한 자격심사 발의를 합의 하였습니다.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적 소망이 살아 있지만 거대양당의 정략적 합의는 그 소망을 일거에 짓밟아 버렸습니다. 이런 낡은 정치행태를 또 다시 반복하는 데 대하여 저는 분노를 감출 수가 없습니다.

 

정부 조직법 개정과정에서, 박근혜 정권의 국민무시 불통정치와 청와대 거수기 역할을 자임하는 새누리당의 무능정치는 국정공백 장기화를 스스로 불러왔습니다. 결국 역대 정권 사상 최저의 집권초기 지지율을 기록하며 국민적 분노를 낳고 있습니다.

 

도대체 저에 대한 자격심사가 국회운영과 무슨 연관이 있으며 어떠한 법적 근거가 있다는 말입니까?

 

국회법상 국회의원의 자격심사는 국회의원의 당연퇴직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고 처리되지 않은 경우, 즉 객관적인 자격여부에 이의가 있을 때 국회의장에게 청구하는 것입니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비례대표 경선 과정 문제와 관련하여 아무런 혐의가 없다고 결론이 난 조건에서 자격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법조인들의 공통적인 견해이며 상식입니다.

 

이미 지난 해 검찰이 장장 7개월 동안 먼지털이식 수사를 벌였지만 저에 대한 어떠한 혐의점도 증거도 없어 결국 입건조차 하지 못하였음은 알려진바 대로 입니다.

 

되짚어보자면, 작년 양당 개원 협상 시기에 빚어진 진보당 비례 경선과정 논란이 자격심사에 대한 유일한 근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말에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작년 6월 양당이 합의 했던 근거 자체가 원천적으로 소멸된 것입니다. 양당 원내 대표의 이번 합의는 그런 점에서 원인 무효입니다.

 

자격심사의 본질은 분명합니다. 경선문제가 아니라 박근혜 정권의 메카시적인 탄압임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습니다.

 

언론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은 이번 자격심사가 법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정치적 공세라고 성격규정하고 있습니다. 진보당을 종북공세로 몰면서 사상문제를 부각하려 한다는 것임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또다시 마녀사냥하듯 진보당을 탄압하려는 것이 자격심사의 저의입니다. 이는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정신을 무시하는 초법적 발상입니다. 그런 발상 안에는 박근혜식 국가관 검증이라는 무서운 논리가 내재되어있습니다.

 

저는 박근혜대통령에게 묻고자 합니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이야기 하는 것이 종북이라면 전쟁을 부추기는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 진보당은 일관되게 미국과 남,북의 책임 있는 당국자에게 단호하고 분명하게 제기하였습니다. 한반도 긴장 격화를 조장하는 일체 행위를 중단하고 대화 국면에 적극 나서라고 호소하였습니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에게 대북 특사를 파견하여 대화에 나선다면 진보당은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호소하였습니다.

 

검은 머리 미국인’, CIA 관련자 김종훈은 결코 대한민국 핵심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될 수 없다는 것은 국민적 상식입니다. 대다수 국민들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관은 과연 무엇입니까? 제가 가장 먼저 반대하였다고 하여, 자격심사라는 형식을 빌어 정치적으로 제거하려는 것 아닙니까?

 

민주주의의 위대성은 다수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데 있습니다. 국민대통합은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과정에서 이뤄집니다. 국민적 의혹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가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고 하여 민의의 대변자인 국회의원을 힘으로 누르려고 하는 것은 독재입니다.

 

이승만 독재정권은 죽산 조봉암 선생을 사법살인하였습니다. 명백한 정치보복이었습니다. 자격심사는 그 현대적 재판입니다. 입법부의 정치적 살인입니다. 정치보복이 또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검찰조차 죄가 없다고 결론 내린 동료의원의 정치적 생명을 동료의원 손으로 끊게 된다면 그것이야 말로 의회민주주의의 파괴가 아니겠습니까. 한번 선례가 생기면 필연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국회가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권력의 시녀로 전락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자격심사는 헌법에 기초한 권능과, 국민이 부여한 소임을 국회 스스로가 포기하는 것입니다. 이번 19대 국회가 유신국회를 자초한 치욕의 역사로 남지 않도록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께서 막아주십시오.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는 입법부로서의 자존,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신을 스스로 지키는 정의로운 선택에 동참해주실 것을 호소 드리며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경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