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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민중의소리]KBS 부사장은 왜 박정희를 '독재'라고 부르지 못할까

KBS 부사장은 왜 박정희를 '독재'라고 부르지 못할까

이석기 의원, KBS국감에서 “벌써부터 박근혜 눈치 보나” 추궁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입력 2012-10-22 21:16:52 l 수정 2012-10-22 23:09:51

 

링크 http://www.vop.co.kr/A00000552891.html 

이석기 의원

KBS 길환영 부사장에게 질의하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두달여 전인 지난 8월27일 KBS는 故장준하 선생 유골 이장 소식 보도에서 ‘박정희 독재정권’ 이라는 구절에서 ‘독재’ 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 해당 기자가 작성한 초고에는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 대표적 재야 인사로 반독재 투쟁에 앞장섰다 지난 1975년 숨진채 발견된 고 장준하 선생”이라고 쓰여져 있으나, 데스크는 이를 “박정희 정권 시절 3선 개헌에 반대하며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 1975년 경기도 포천 약사봉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 장준하 선생”이라고 고친 것이다.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KBS를 상대로 국회에서 실시한 국정감사에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길환영 부사장에게 KBS 보도가 공정성을 상실한 편향된 보도라며 “벌써부터 박근혜 후보 눈치보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날 김인규 KBS 사장이 차기 사장 공모에 응모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유력한 차기 사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길환영 부사장을 상대로 KBS 보도행태를 지적한 것.

이 의원은 “데스크를 거치면서 ‘독재’라는 단어가 빠진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했고, 길환영 부사장은 “그 부분은 보도본부장이 답변을 해야 적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이화섭 보도본부장이 당시 공정방송위원회 회의에서 ‘독재처럼 평가가 마무리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객관적이지 않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을 언급하며, “부사장도 당시 회의에 사측 대표로 참석했는데 같은 생각이냐”고 거듭 질문했다. 이에 길 부사장은 “그 부분에 대해 보도본부장이 주도적으로 답변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제가 의견을 발표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KBS가 지난 2009년 2월 김수환 추기경 선종 소식을 보도할 때와 같은 해 10월 보도에서 박정희 정권의 성격을 ‘독재정권’이라고 표현했다는 점을 들어, 최근 ‘독재’라는 단어를 누락하는 등 최근 들어 박정희 정권 성격에 대한 보도 행태가 바뀌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길 부사장의 입장 표명을 거듭 요구했다.

길 부사장이 질문에 대한 즉답을 계속 회피하자 의원은 “이미 한참 전부터 이명박 정부 시절까지 KBS를 비롯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박정희 정권을 독재라고 규정한 바 있다”며 “그런데 왜 최근 들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박정희 독재’라는 표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상식적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재차 추궁했다.

그럼에도 길 부사장의 침묵은 이어졌다. 이 의원이 “정치적 상황 때문에 독재를 독재라 표현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 벌써 새로운 권력의 눈치, 박근혜 후보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일련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다시 따지자 길 부사장은 “KBS는 그런 보도를 절대 하지 않는다”고 피해갔다.

이 의원은 길 부사장이 콘텐츠본부장 시절 신임투표에서 88%라는 기록적인 불신임 투표를 받았으나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은데다 부사장까지 올랐다며 이 같은 사람이 사장이 될 경우 김인규 사장 취임 시절 벌어졌던 상황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KBS를 국민에게 사랑받는 공영방송으로 만들 생각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사장으로 나서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게 어떻게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