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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에게 자유를

형법학자가 말하는 1심판결의 문제점 '증거재판주의 무시, 민주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판결'

국가란 국민입니다우리시대 변호인 시국강연 |

 

 

내란음모사건 유죄판결을 짚어본다

                          - 종북매카시즘과 민주주의 위기의 관점에서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천주교인권위원회

 

 

* 아래는 2014.3.13 강연내용 중 요약 발췌한 것입니다. 

 

 

 

 

1) 판결문에서 RO의 실체가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상당부분 할애

 

내란음모 1심 판결문은 무려 400페이지가 넘지만, 판결의 요지는 굉장히 단순하다. 내란음모를 유죄로 판단한 재판부의 논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RO가 존재한다. 이석기 의원이 총책이다.

두 번째, 512일 모임은 RO 조직원들의 모임이고, 그 모임에서는 혁명의 결정적 시기가 임박했다는 판단에 따라서 전국적으로 국가기간시설 등을 파괴하는 폭동행위를 구체적으로 모의하는 자리였다.

세 번째, RO라는 지하혁명조직의 성격 상 향후에 총책의 지시에 따라서 일사불란하게 동시다발적인 파괴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내란음모의 실질적인 위험성이 인정된다.

 

위의 판결문은 두 가지 관점에서 이론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형사법원의 판단은 크게 보면 두 가지로 구성된다. 하나는 사실 인정이고 두 번째는 법리 판단이다.

엄격한 증거에 의해서 해야 된다는 부분이 사실인정에 대한 것이다. 사실 인정과 관련해서 512일 모임의 녹음파일 내용이 인정된다고 했을 때 문제로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RO에 대한 것이다.

 

수원지법은 RO의 실체가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판결문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내란음모는 반드시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게 법조문상의 요구는 아니다.

대표적으로 전두환 쿠데타 사건도 조직이 있었던 건 아니다. (물론 군권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RO의 실체를 이야기하는데 재판부가 굉장히 많은 공을 들인다. 그 이유는 RO를 인정하지 않고, 그런 조직을 머릿속에 그려놓지 않고서 보면 512일 모임에서 과연 구체적인 내란음모 합의가 있었느냐를 인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RO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내란음모의 법적인 요건에서는 필수적이고 중요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공을 들여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2) RO의 실체는 인정되었는가

 

그런데 RO를 인정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한다.

형사소송법에서는 증거재판주의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큰 원칙으로 되어 있다.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라는 원칙이 있다.

이러한 원칙에 비춰봐서 과연 RO의 실체를 인정할 정도의 충분한 증거들이 존재했는가, 대단히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국정원 직원에 유사한 이성윤씨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

 

1심 판결에서 RO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 결정적인 증거로 삼은 것은 이성윤 씨의 진술이었다.

실제로 RO 명칭, 가입절차, 세포 모임, 강령, 5대 의무 등의 증거는 이성윤씨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다.

재판부는 이성윤씨의 진술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성윤씨에게 이정도로 재판부가 전적인 신뢰를 하는 것은 마치 공익 제보자와 유사하다. 이성윤씨의 진술과 다른 증거는 완전히 배척해버리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성윤 씨는 단순 제보자 아닌 국정원 직원에 상응한다고 봐야한다

 

이성윤씨는 단순한 제보자가 아니다. 2010년 여름부터 국정원과 협조관계를 가짐으로써 녹음을 시작했었고, 3년여에 걸쳐서 국정원 프락치 활동을 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실제 그동안 국정원 직원과 거의 일주일에 1-2번씩 만나면서 계속 정보를 전달해왔고, 녹음기와 관련 비용도 주기적으로 받아가면서 일을 했던 사람이다. 국정원이 나중에 녹음을 위한 감청영장을 발부받는데 감청영장의 집행은 수사기관만 하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그 녹음을 이성윤씨를 통해서 했다. 원래 영장집행은 국가기관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기관에서 하는게 옳은데 그걸 이성윤씨한테 맡겼다. 그렇게 해서 얻어낸 녹음파일을 재판부에서 다 증거로 인정한 것도 문제지만, 이런식으로 일을 했다는건 사실상 단순 제보자의 지위라기 보다 거의 국정원 직원에 상응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상정하고 그 진술을 판단하는 것이 맞다.

다시 말하면 이성윤 씨 진술을 100% 믿었다는 것은 국정원 직원이 한 진술을 100% 믿었다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증거재판에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일개 수사기관 한 사람, 일개 국정원 직원 한 사람의 진술에 100% 의존해서 RO라는게 있다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다.

 

국정원 직원에 유사한 사람의 증언을 100% 신뢰하는 것 비상식적

 

이렇게 이성윤씨의 진술에 과도하게 의존하다 보니까, 이성윤 씨 진술에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있어도 굉장히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태도로 나가게 된다. 2010년에 처음 국정원에서 이성윤 씨가 여러 가지 진술을 한 조서들이 있다. 그때 당시에는 RO가 명칭이 아니고 내일회가 명칭이다는 이야기도 했었고, 당시에는 강령이 없다는 진술을 했었다. 이번에 재판할 때는 '강령이 있다. 가입하면서 들었다'고 진술을 했다. 물론 문서화 된 건 없었다. '과거에 강령이 없다고 분명히 국정원에서 진술을 하고, 왜 지금 다시 법정에서 강령이 있다고 진술을 번복하느냐'고 변호인단이 제기했는데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직 보위를 위해서 강령과 같이 실체가 드러날 만한 내용은 문서화 하지 않는 다는 뜻이었다고 우호적으로 해석을 해준다. 재판부가 아예 해석까지 해주면서 너그럽게 받아주는 태도를 보인다.

이밖에도 이성윤 씨의 진술의 앞뒤가 안맞는 부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재판에서 이런 식으로 수사기관의 직원에 유사한 사람의 증언을 100% 신뢰한다는 것은 좀처럼 상정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성윤씨 진술만으로 RO 그림 그리는 재판부의 상상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윤씨의 진술을 인정한다고 했을때, RO의 실체를 이것만으로 인정하는건 맞느냐. 이건 또 별개의 문제다.

 

재판부는 이성윤씨의 진술을 가지고 RO라는 조직이 존재한다고 곧바로 추론한다. RO가 존재하고 있고 512일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조직원들이라고 추론해내는데, 이성윤씨가 진술한 내용은 '3인 모임'에 대한 것, '가입 절차에서 강령 이야기 들었다' 정도밖에 없다. 더구나 이성윤씨는 RO는 단선연계여서 다른 조직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모른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만으로 재판부는 큰 그림을 그려낸다. 이성윤씨가 했던 것은 정말 세포 하나만 이야기한건데, 그 세포하나를 가지고 재판부는 전체 그림을 그려내버리는 것이다. 사실 아무런 증거도 없다. 이부분에 있어서는 완전한 재판부의 상상력이다.

만약에 지하혁명조직이 존재한다고 인정하려면, 그 조직의 강령, 지휘통솔체계 구성, 조직의 구성, 조직의 활동 등이 구체적으로 해명이 되어야 한다. 검찰도 이것에 대한 증거는 아무것도 제출하지 못한 채 그냥 있다고만 한다. 어떤 조직이 존재한다는 실체를 인정하는데 있어서 이처럼 아무런 증거도 없이 RO라고 하는걸 인정한 것을 보면 증거재판주의를 무시하는, 사실 소설과 같은 판단으로 볼 수 밖에 없다.

 

RO인정은 자유심증주의에 숨어서 근거없는 추론을 한 대표적인 사례

 

형사소송법에는 자유심증주의라는 것도 있다. 증거에 대한 판단은 판사의 자유 심증 형성에 의해서 할 수 있다는 이런 원칙이다. 쉽게 말하면 여러 증거, 진술이 존재할 때 누구의 진술을 더 믿을거냐 판단은 판사가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사법의 역사에서 보면, 자유심증주의 뒤에 숨어서 정권의 입맞에 맞는 판결들을 계속 해왔다. 과거의 수많은 간첩조작사건들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충분히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을 다 무시해버리고 '믿을 만하다, 유죄다' 라고 인정해왔다. 자유심증주의 뒤에 숨어서 근거없는 추론을 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RO에 대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3) 내란음모의 성립요건을 충족하는가

 

법리적인 판단 부분에서 내란음모의 성립 여부는 충족하느냐 검토해봐야 한다.

법이론상으로는 내란음모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인 요건으로 국헌문란의 목적, 폭동을 일으키려는 목적이 있어야 하고,

객관적인 요건으로는 판례에 의하면, 단순히 범죄의 결심을 외부에 표시하는 것만으로는 안되고 객관적으로 특정 범죄를 하기 위한 준비라는 것이 분명히 인식되고 실질적 위험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우선 512일 모임에서 구체적인 합의가 있었냐는 부분에 대해서 대단히 의문스럽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합의는 되지 않았지만 언급이 되었다’ 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여기에 RO라는 조직을 덧붙여서 엮어 나간다. 사실 512일 모임 발언만 가지고는 구체적인 합의가 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재판부가 RO라는 지하혁명조직이 있었다고 상정하기 때문에 그런식의 추론이 가능한 것이다.

 

내란음모라는 판단에 있어서 512일 모임에 대한 검찰의 주장을 다 증거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내란음모의 법적 요건을 충족한다고 하기에는 굉장히 어렵다. 이 점에서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상당히 논리의 비약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 실질적인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한 열쇠가 RO라는 조직을 인정한 데 있는 것이다.

'엄격한 지휘통솔체계를 갖춘 조직이 존재한다, 총책의 지시 한마디만 있으면 조직원들이 철저히 맡은 바 역할을 할 것이다' 라는 것을 상정해 놓는 순간, 512일 모임에서 구체적인 합의가 없다 하더라도 유효한 것이 되는 것이다. RO 라는 실체를 재판부가 증거도 없이 오로지 이성윤씨의 진술에 의존해서 실체가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판결문에서 많은 공을 들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재판부는 내란음모가 아닌 사상을 단죄한 것

 

결국 재판부가 위험하다고 한 건 512일 모임이 아니라 RO이다.

정세강연하고, 전쟁이 임박했다 충분히 그런 판단 할 수 있다. 당시 남북관계에서 봤을 때. 동의 여부를 떠나 그런 정세인식은 분명히 있을수 있다. 그것에 따라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의견교환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데, 그걸 가지고 내란음모다, 위험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RO라는 조직이 위험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고, RO 라는 조직이 위험하다고 하는 것은 이석기 의원 등이 가지고 있는 사상이 위험하다고 이야기하는 것과는 아무 차이가 없다.

 

재판부는 내란음모가 위험성이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철저한 증거재판주의 원칙을 따르지도 않았고 내란음모 요건을 충족하냐는 것에서도 RO라는 조직을 인정함으로써 논리적인 비약에 비약을 거듭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내란음모의 위험성이 인정된다고 했지만, 그 위험성이라는 것은 따지고 들어가보면 그 130명이 가지고 있는 생각, 사상을 단죄한 것이다.

그래서 내란음모 판결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민주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 야기

 

내란죄는 헌법질서를 보호하기 위해서,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존재한다는 것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내란이라는 범주를 이렇게 넓게 가져가기 시작하면, 사실상 그것은 헌법을 부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내란음모를 처벌하는 이유가 헌법의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대원칙으로 삼는다면, 내란음모의 요건을 넓힘으로써 그것이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와 같은 민주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내란음모 유죄판결은 그런 결과를 야기하는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