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방통위 조직개편안, ‘방송장악 시즌2’ 될 것
인수위의 방통위 개편안은 규제와 진흥의 인위적 분리로 미디어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무너뜨리고, 공공성을 훼손시키는 방안이다. 방송의 공공성은 민주주의의 문제이다. 인수위 안은 결국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다.
가깝게는 지난 2006년부터 국무총리 산하에 방송융합추진위원회(‘융추위’)를 구성해 2년 6개월 넘게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방송과 통신에 대한 총괄적인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명박 정부의 독단과 최시중 위원장의 전횡을 논외로 한다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출범 자체는 부족하나마 하나의 사회적 합의라고 볼 수 있다. 박근혜 당선인의 방통위 개편안은 이 같은 사회적 합의 자체를 백지화시키는 것이다.
새 정부의 할 일은 방송과 언론을 제 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먼저이다. 그러려면 사회적 합의를 더욱 전면화해야 한다. 현재의 개편안은 정책 목표의 초점도 잘못되어 있고, 정책 수단의 현실성도 결여되었다. 이대로 개악안을 밀어붙인다면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특히 독임제 부처인 미래부를 통해 방송의 공공성이 훼손되고, 정부의 통제가 강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현재의 방통위도 문제가 많지만, 대통령의 지시 하나만 바라보는 장관에게 공적 성격이 강한 방송과 통신 정책을 맡긴다면 방송에 대한 장악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방통위의 인위적 축소와 미래부 신설로 ‘방송장악 시즌2’가 이어지지 않을까 심각한 우려가 된다.
방통위원의 선임부터 위원회의 의사결정에 이르는 문제도 근본적으로 손 봐야 한다.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사안에 대해 다수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를 위해 특별다수제를 시행하되, 그 적용 대상을 공영방송 이사 추천 뿐 아니라 종편 인허가 등처럼 방송정책의 중요한 사안으로 더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 합의제를 표방하는 방통위가, 많은 국민과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도 종편 허가를 밀어붙이는 일이 다시 반복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또한 방통위원의 사회적 대표성을 강화해, 위원회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지금 국민연금심의위원회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사용자는 물론 노동자 대표, 농어민과 소비자 대표도 참여하고 있다. 물론 이들 위원회가 실제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런 식으로 시청자를 비롯한 다양한 계층의 이해관계를 잘 반영하고 조정해 사회적 합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을 논의하는 것도 매우 바람직하다.
방송을 비롯한 미디어는 정부의 일부분이 아니라 권력과 정부 그 자체를 감시하는 영역이다. 산업적 효율성 이상으로, 방송통신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민주적 통제가 중요하다.
이번 인수위 개편안은 이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구시대적 발상으로서,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2013년 2월 13일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이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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